학부모들도 시험 시작 되자 집으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3일 서울 용산구 오산고등학교 정문 모습. 오산고는 자가격리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곳이다. 강재구 기자.
“권지혁(가명·18) 학생입니다.” 3일 오전 7시20분께 서울 용산구 오산고등학교 정문 차단기 앞에서 차를 세운 권군의 가족이 학교 경비원에게 아이의 이름을 말했다. 경비원 임준(77)씨는 서류를 살펴본 뒤 “확인됐습니다”고 짤막하게 안내했다. 오산고등학교는 코로나19 자가격리 수험생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시험장이다. 38년간 오산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임씨는 “지금까지 수능날에 학생 이름을 확인하는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수능을 치르기로 예정된 자가격리 수험생은 6명이었다. 이들은 방역수칙에 맞게 가족의 차나 구급차, 방역 택시 등을 타고 시험장에 도착한 뒤 정문에서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치고 시험장에 입실했다. 오산고 정문 주변으론 취재진이나 경찰 인력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은 아무도 없었다. 2021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이날 서울의 각 시험장 주변은 예년과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시험장 주변에 응원을 나온 후배들이나 교문 앞에서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학부모의 모습도 사라졌다. 앞서 서울시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시험장 앞 단체 응원을 금지하고 학부모들에게도 교문 앞 대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 강남구의 세화고등학교 주변 상황도 비슷했다. 세화고엔 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아닌 수험생들의 시험장이 마련됐다. 많은 수험생이 시험장에 입실하는 오전 7시30분 전후로는 어수선한 모습도 보였지만 단체 응원 등이 없어 비교적 차분한 상태에서 입장이 진행됐다. 대다수의 수험생 가족들도 짤막하게 응원을 한 뒤 곧바로 발길을 돌렸다. 입실 종료 시간인 오전 8시10분 이후에도 일부 학부모들이 교문을 손으로 잡고 자녀를 위해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오전 8시40분께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이 시작되자 자리를 떠났다.
서울 서초구 세화고등학교에 수능을 보기 위해 입장하는 수험생들. 전광준 기자.
학부모들은 마스크를 쓰고 쉬는 시간마다 시험장 환기를 하는 등 낯선 환경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을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재수생 자녀를 둔 문아무개(47)씨는 “딸에게 숨쉬기 비교적 원활한 마스크를 여러 장 챙겨주고 환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담요도 챙겨줬다. 마스크를 끼고 시험을 치면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교문 앞에서 수험생들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 준 최양규 재난극복범국민협의회 공동회장은 “수험생들이 안 좋은 마스크를 쓰면 숨이 찰 수 있어서 좋은 마스크 쓰고 시험을 잘 보라고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고사장에서 시작됐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집계됐다. 강재구 전광준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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